일상일기/독서노트
남한산성, 김훈
존 버핏
2018. 8. 13. 18:24
말들은 쌓이고 꼬여 하나의 산을 이룬다.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을 정도로 시야를 막아버리는 무수한 말들.
답답함. 말뿐인 것들.
행함이 없는 공허한 말들의 농간.
행동하기를 두려워하는 자는 온갖 말들의 벽을 쌓아 그 뒤로 숨는다.
말의 벽은 옳곧고 드높아 보이지만 위선을 가리는 역할을 할 뿐, 공허한 그 곧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백가지의 곧은 말은 한발짝 걸음만치의 값어치도 되지 않는다.
광해군에 대한 반발, 명에 대한 의리를 내세워 반정을 꾀한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살아 나가기 위해 명에 대한 의리를 포기해야 한다. 반정의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명분이 사라졌을 때 자신을 왕으로 세워준 공신들은 자신을 끝까지 감싸 줄 것인가.
살고자 하나 삶의 길은 자신의 왕위의 명분을 내려두는 길이다.
모두 명분을 내세우며 말들의 산성을 쌓는다. 목숨은 내어두지 못한채 말 뒤에 숨어있다.
차라리 모두의 죽음으로 명분을 지켰다면 이름이라도 드높았을 것이다.
혹은 처음부터 실리를 챙겨 행동을 했다면 그 환난과 수모, 부끄러움은 겪지 않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