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 김애란
오랜만에 단편 소설을 읽었다. 그동안 소설을 멀리했었나 보다.
꽤 오래전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인생, 달려라 아비를 읽은 적이 있는데..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소재가 특이함에도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풀어낸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비행운은 단편 소설을 모아둔 것인데, 전반적으로 조금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였다. 몇몇 소설은 다 읽은 후 가라앉은 기분을 달래느라 한참 걸렸다.
이번 소설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점은 작가의 등장인물에 대한 세부적인 심리 묘사였다. 소설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은 겪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느낄 수 없을 것 같이 디테일하게 풀어져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호텔 니악 따’ 라는 소설이다. 여행을 떠난 두 친구가 어떻게 점점 사이가 나빠지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지 그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친구와 여행을 가보고 그 상황을 겪어보아야만 알 수 있을만한 심리상태가 그대로 녹아있다.
그냥 지나쳐갈, 아무 의미없는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그곳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하루의 축에서 묘사된 밥솥의 빨간 불빛, 벌레들에 나오는 벌레의 묘사, 물속 골리앗에서 굶어 죽어가는 주인공이 사이다를 마실 때 그 입속에서 느껴지는 것들에 대한 묘사 등 여러부분에서 이것이 김애란의 문장이구나 싶은 것들이 많았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한번 다시 읽어보고 싶다.(하지만 비행운 처럼 무거운 분위기라면 조금 더 뒤에..)
혹 주위에 고독에 힘겨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고독을 이겨내는 것은 그 심연까지 들여다 보고 난 후에야 가능할 것인데, 이 소설이 그 과정을 도와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