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누가 뭐라 해도, 장돌뱅이 만담꾼의 재미 진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 같은 유쾌한 문체와 그 속에 있는 해학적인 즐거움입니다. 특히 이러한 매력은 작가의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흐름이 길어지다 보면 특유의 유쾌함과 해학은 긴 서사 속에 가려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성석제 작가의 단편 소설들을 꽤나 애정하는 편입니다.

 

  새로 나온 작가의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은 표지에 쓰여 있듯 짧은 소설모음집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성석제 작가의 짧은 이야기들이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이 소설이 기존의 단편 소설들과 조금 결이 다른 것은, 책을 읽어가다 보면 짧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익살스럽게 꾸며낸 한 권의 수필집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생활에서 경험하고 엿들은 여러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 같으나(이 부분은 작가의 말이 없어 스스로 넘겨짚은 부분입니다), 이야기에 재미를 더 하기 위해 소설적 요소를 조금 더 가미하여 쓰여졌기에 짧은 소설이라 붙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기에 각각의 이야기들은 우리의(혹은 작가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마치 내 이야기를 써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특히 이 소설집의 재미는 일상의 의미 없는 곳에서 구태여 의미를 부여하면서 나오는 디테일 묘사에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 비틀기는 성석제 작가의 특기이자 그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해학적인 묘미의 원천입니다.

 

무심한 사람들이 산에 있는 무덤을 왜 개 이름으로 지었는지 물을 때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 속에 21퍼센트쯤 들어 있는 바로 그 산소, 화학식으로는 오투를 지칭하는 이름입니다” 라고 해명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진정 난 몰랐었네 중-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이슬 젖는 줄 모른다는 말 그대로 21회 동기생 중 2,30여 명이 가입한 그 방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진과 사연이 올라왔다. 그 사연 가운데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단체방에 새 글이 올라왔다는 신호가 하루 24시간 띵동땡동 거려 시끄러워 죽겠는데 그렇다고 그 소리 듣고 그걸 안 보고는 살 수가 없으니 소리가 안 나도록 하는 방법이 없느냐’고 문의하는 내용이었다.

-되면 한다 중-

 

  이러한 연유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만담꾼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떠오르게 되는 이름이 바로 성석제입니다.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에는 성석제만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잘 차려져 있습니다. 특히 짧은 이야기들이라 부담 없이 일상의 지루한 순간순간에 꺼내어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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