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카너먼의 통찰력.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는 다르다.
순간순간의 경험은 그 당시를 좋게 만들지만, 기억하는 자아는 전체 경험에 대한 인상을 결정한다.
내가 여행지에서 그토록 중요시 여기는 ‘한방’이라는 것도 기억하는 자아를 위한 멋진 순간일 것이다. 여행 중의 경험은 매순간이 늘 즐겁고(때로는 힘들기도) 새로운 순간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을만한 좋은 인상을 가지는 순간(이것을 나는 한방 이라 부른다)이 없다면 해당 여행은 그저그랬던 여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일정의 여행과 일정 내내 힘들었지만 결정적 한방이 있던 여행을 추후 돌이켜 생각해보면 늘 우선순위는 결정적 한방이 있던 여행을 꼽게 된다. 여행 기간의 느꼈던 즐거움의 총합(계량적으로 계산하기는 힘들지만)은 무난한 일정의 여행이 확실하게 앞설 것이다. 이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해볼 때 다시 가고 싶은 여행을 꼽으라면 결정적 한방을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여태껏 명확한 이유를 모른 채 어렴풋하게,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것들의 이유가 뚜렷해지는 느낌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여행의 경험에 대한 것은 사람의 인식안에서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증샷은 경험하는 자아에게는 여행을 즐기는 최선의 방법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것은 기억하는 자아에게는 유익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경험과 기억은 혼동될 수 있다. 경험하는 자아는 발언권이 없다. 기억하는 자아는 더러는 엉터리이지만, 경험에 대한 점수를 부여하고 평가를 내리게 되는 자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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