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을 시작하기 전에 하워드 막스의 이야기를 하나 인용 해볼까 합니다.

 

“내가 본 많은 펀드 매니저들의 경력이 홈런을 치는데 실패해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삼진을 너무 많이 당해서 경기에서 제외된 것이다.”

-투자에 대한 생각(The Most Important Thing) 중에서 -

 

똑똑하고 재능이 넘치는 많은 펀드 매니저들은 결코 안타나 홈런을 치지 못해서 시장에서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너무 많은 삼진 덕분에 시장에서 퇴출되어 버린 것입니다.

다시 워런 버핏의 한 가지 말을 더 인용해볼까 합니다.

 

“투자란 삼진이 없는 야구 게임이다. 투자자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공만 골라서 배트를 휘두르면 된다.”

 

두 대가들은 모두 ‘삼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투자에 대한 핵심이 숨어있습니다. 투자에 있어서 삼진을 당하지 않는 것, 즉 돈을 잃지 않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두 대가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명한 워런 버핏의 원칙이 나옵니다.

 

Rule No.1 : Never lose money.

Rule No.2 : Never forget rule No.1

 

투자에 있어서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투자에서는 각각의 성과가 덧셈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곱셈으로 그 총합이 도출되기 때문입니다. 한번이라도 마이너스(-)가 존재한다면 성과는 급격하게 낮아집니다. 시간이 가져다주는 ‘복리’라는 마법 같은 효과를 반감시켜버리기 때문입니다.

위의 대가들의 말에서도 느껴지듯, 투자는 점수를 많이 내는 사람이 이기는 ‘승자의 게임’(Winner’s Game)이 아니라 최대한 실수를 줄이고 실점을 하지 않아야 이기는 ‘패자의 게임’(Loser’s Game)입니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잃지 않아야 합니다.

증시 각도기, 곽상준 부지점장(이하 저자라 칭함)은 이 책에서 초보 투자자(혹은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분들의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서 필요한 투자의 태도에 관한 진심어린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 ‘투자의 태도’는 시장에서 돈을 잃지 않기 위한 올바른 태도를 확립하기 위한 지침서입니다. 이 부분이 여타의 투자서와 구별되는 지점입니다. 투자 기법이나 방법론을 이야기 하는 다른 투자서 와는 달리 이 책은 기본을 강조합니다. 그것을 저자는 ‘투자의 태도’라 칭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투자의 태도가 바탕이 되어야만 투자 세계에 있어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투자에 있어 올바른 태도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의 투자 경험은 물론, 심리학, 행동 경제학의 부분까지 끌어 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식의 조언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에서부터 다시 고찰하여 투자에 있어서 우리의 약점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습니다. 약점을 먼저 파악해야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투자와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게으른 뇌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이고 깊게 생각하는 일에 있어서는 뇌의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지름길을 찾고자 합니다. 그럴듯한 다른 사람의 말이나 떠도는 소문만 듣고 소위 ‘몰빵’을 하거나 심지어는 신용, 미수까지 끌어 쓰는 행동을 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입니다. 저자는 ‘투자의 근육을 길러야 한다’는 말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게으른 뇌를 단련시켜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즉 투자의 근육을 길러야만 장기적으로 투자에 있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협소설에 비유해보자면, 온갖 사파들의 무술법은 짧은 기간에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고 그 효과 역시 대단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내공이 그 술법을 감당하지 못해 주화입마를 입고 다시 재기할 수 없는 폐인의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반면 기초부터 꾸준히 연마하는 정파의 무술법은 너무도 지루하고 가끔은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온갖 허드렛일과 기본적인 초식 수련만 하는 무협소설 속의 주인공이 힘들어하고 불평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본을 익히는 과정이 일정 수준이상의 레벨에 오르게 되면 폭발적인 능력이 발휘됩니다. 이 경지에 이르러서 주인공은 환골탈태하여 무림 세계의 ‘절대지존’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또한 이 경지에서 주인공은 기초 초식, 운기조식 등을 비롯한 기본부터 꾸준히 다져온 강한 내공이 있기에 주화입마를 입을 염려도 없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내공, 즉 기본적인 투자의 태도를 바로 잡고 투자의 근육 길러 내공을 키우는 것입니다. 투자를 시작하시는 모든 분들이 기초적인 내공부터 차곡차곡 쌓아 투자 세계의 절대 고수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자 이제 기본적인 투자의 태도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면, 이 태도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성공에 이를 수 있을까요?

저자가 이야기 하는 성공의 방법은 ‘투자의 태도 × 시간’ 입니다. 즉 투자에서 성공은 태도와 시간이라는 함수의 결과물 입니다. 앞서 태도를 길렀다면 남은 것은 ‘시간’이라는 조건입니다. 시간은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이니 긴 투자의 여정에 있어 ‘투자의 태도가 준비되면 투자의 성공은 자연스럽다’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또한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팁도 알려줍니다. 그것은 바로 고수들이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 가는 것(모방) 입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오랜 시간 우여곡절을 겪은 고수들은 우리가 미래에 겪을 실수를 미리 겪어본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고수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은 성공의 태도를 보고 배우는 것 뿐 아니라, 실수를 줄여주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외국의 고수들 뿐 아니라, 한국의 숨은 고수들의 모습도 제시함으로써 초보투자자들이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갈 수 있게 인도하고 있습니다.

 

앞서 ‘시간은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 이라고 했지만 사실 투자의 여정에 있어서 시간은 평화롭게 흐르는 시냇물 마냥 순순히 흐르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대가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려 노력해도 투자자 앞에 놓인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는 거친 폭포도 있을 것이고, 앞 깊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여전히 있을 것 입니다. 하루에 몇 퍼센트씩 뚝뚝 떨어지는 하락장세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몇 달, 몇 년간 지속되는 횡보장도 겪게 됩니다. 어떨 때는 운 좋게 시류를 잘 타서 분에 넘치는 수익을 얻기도 하지요.

 

이렇듯 시간과 운의 장애물을 헤쳐 나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시간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투자의 태도를 ‘습관화’ 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습관이 중요한 이유는 무의식 중에서도 습관화된 행동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운이 작용하는 투자의 세계에서는 습관화된 올바른 행동이 곧 성공의 요건이 됩니다.

마이클 모부신은 ‘운과 성공의 방정식’이라는 책에서, 운이 작용하는 영역과 실력이 작용하는 영역을 구분하고 각각의 영역에서 성공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직선을 하나 긋고, 왼편 끝에는 실력을, 오른편 끝에는 운을 두고 본다면(아래 그림 참조), 특정 분야에서 실력과 운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비중을 어렴풋이나마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실력이 중요한 분야의 예시로는 체스 게임, 달리기, 테니스 등이 있고, 극단적으로 운이 중요한 분야는 동전던지기, 룰렛, 슬롯머신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투자는 스펙트럼 상 어느 부분에 위치하고 있을까요? 대략적으로 실력보다는 운의 비중이 더 큰 쪽에 있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마이클 모부신은 각 영역에서의 성공의 비결을 다음과 같이 제시 합니다.

실력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체계적인 훈련이 성공의 비결이 됩니다. 훈련을 통해 능력을 최대한 갈고 닦는 것이 곧 성공을 위한 방법이지요. 테니스의 황제라 불리는 페더러와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가 테니스 경기를 한다면, 100번의 경기(혹은 그 이상)를 하더라도 아마추어 선수가 이길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반면 ‘운이 강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고 합니다. 이 분야에서는 ‘과정과 결과 사이가 끊어져 있기 때문에 때때로 과정은 좋지만 결과가 나쁜 경우가 있고, 과정은 좋지 않지만 결과가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과정을 반복하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단기성과에 휘둘리지 말고 신뢰할 만한 과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저자가 투자의 태도 형성 다음으로 강조하는 ‘습관’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투자란 운이 작용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올바른 태도를 습관화 하여 반복한다면 시간도 우리의 편으로 만들 수 있고, 불규칙적으로 작용하는 운 역시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올바른 투자의 태도 × 시간’ 이라는 공식을 계속 반복한다면 장기적으로 투자의 성공은 필연적인 결과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투자의 태도’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것을 습관화 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습관화된 투자의 태도는 곧 ‘원칙’ 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투자의 대가들이 항상 강조하는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라는 것 역시 이러한 것입니다. 원칙은 우리에게 단순히 지켜야할 규범이나 규칙을 넘어서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어야지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평소 저자는 ‘반찬을 숟가락 위에 얹어서 떠먹여 줄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오래갈 수 없다’고 항상 강조합니다. 투자는 평생을 해야 할 ‘평생의 업’이기에 무엇보다 홀로서기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홀로서기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태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그래야 투자의 세계에서 오래 살아남아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투자의 태도’는 투자자들이 올바른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저자의 따스한 마음이 듬뿍 담겨있는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많은 투자자들이 단순히 투자에 있어서의 성공뿐 아니라, 그러한 성공이 우리의 삶 전체에서 조화롭게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투자의 태도를 넘고 나면 투자자의 태도가 우리 앞에 남는다. 성공을 이룬 후 항상 뒤돌아봐야 할 것은, 내 마음에 향이 나는가이다.’

 

마음속에 좋은 향기를 지닌 성공한 투자자들로 가득 찬 사회가 궁극적으로 저자가 바라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워 질런지요.

‘평천하’(平天下)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수신’(修身)입니다. 저자의 바람대로 많은 투자자들이 올바른 투자의 태도를 지니는 ‘수신’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으로 ‘평천하’를 하게 되는 날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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