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여행에서 우연히 들르게 되었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그 이후 김영갑이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오늘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찾게 된 에세이.
제주의 자그마한 폐교에 만들어진 갤러리에서의 느낌이 참 좋았다. 아무 소리도,(바람소리, 풀잎소리를 제외하고는) 인위적인 소리라곤 들리지 않는 곳. 적당히 비 안개도 부슬부슬 내리던 날. 그 방문 이후 머릿속에 새겨졌던 이름을 다시 찾게 되었다. 에세이를 읽으며 다시 한번 그 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손길이 묻어있을 그 곳으로. 처음의 방문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리라.
쌀이 떨어지는 것보다 필름과 인화지가 떨어지는 것이 더 걱정되었다는 사람. 일부러 외부의 소식을 모두 끊고 섬속에 틀어박혀 오롯이 사진만을 위해 인생을 보낸 사람.
힘들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가진 것 없이, 당장 비바람을 막을 공간도 없이, 정해진 거처도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며 섬에 녹아들기 위한 과정이 결코 녹록했을 리 없다.
외롭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사진에 몰입하다가도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 고독함. 혼자가 편하다고 하지만 불시에 방문하는 외로움이란 불청객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인터넷 창을 켜고 ‘김영갑’ 이라는 세 글자를 쳐보려 하다가도 그만두고 만다. 눈앞에 무수히 나타날 수많은 설명들과 이미지들. 그의 갤러리 방문 후기와 사진들.
그런 것들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생각한 그에 대한 감정들, 그의 생애에 대한 상상들, 그런 것들로만 온전히 ‘김영갑’이라는 단어를 채우고 싶기 때문이다.
소중한 책 하나를 발견한 기쁨. 마음속에 새겨둘 한사람의 사진작가를 찾은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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