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에 대한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
관계론적인 관점에서 원문을 예시로 들며 강의를 진행한다. 강의라는 제목에 걸맞게 문체 역시 직접 옆에서 말을 하는듯한 문체로 되어있어 한결 읽기가 수월하다.(내용은 여전히 어려운 부분들이 많지만)

시편,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그리고 불교와 송대의 신유학, 양명학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각 고전들마다 시대의 상황이 반영되어 있어 배경이 되는 시대를 알고 있으면 더 이해가 쉬워진다. 얼마전 읽은(두번 정도 되풀이했다) 고우영 선생님의 십팔사략이라는 만화책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요사건, 주요인물들에 대해서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덕분에 기나긴 중국 고대사의 맥을 대략적으로나마 잡을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지식이 강의를 읽는 내내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각 사상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새로 태어나는 또 다른 사상은 기존의 사상을 극복/대치하여 새로운 시대의 밑바탕이 된다. 따라서 옛사상을 공부하는 것은 역사흐름의 맥을 짚는 것과 같다. 신영복 선생님은 마지막 마치는 글에서 이러한 동양고전들에 대한 강의가 새로운 인식을 길러내는 창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 한다. 각자의 사상이 실천이 바탕이 된 감성의 형태로 ‘가슴’에 갈무리되는 것을 강조한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동양고전을 한권의 책으로 강의한다는 것이 태산준령 앞에서 호미 한자루 쥐고 서있는 격이나 다름이 없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앞에 둔 나의 모습이 마치 한자루의 호미만 쥐고 큰 산을 마주한듯한 느낌이 든다.
지식과 재능의 한계로 쉽게 읽히지 않았던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지만, 관계론이라는 큰 흐름을 따라 각 고전들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만이라도 어렴풋이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대 학자가 쉽게(하지만 그리 쉽지 않은) 설명하는 거대한 동양고전의 요약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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